2019년 무료했던 일상에 갑자기 날아온 비디오테이프 하나 그 안에는 1999년 17세의 보라가 있다. 그 시절 아픈 친구 연두의 첫사랑을 이루어주고자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보라에게도 어느새 핑크빛 물결이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1. 1999년의 20세기 속 소년 소녀는 누구일까?
나보라(김유정)는 사랑보다 우정이 중요하다 여기는 열혈 소녀. 친구 연두가 첫눈에 반해버린 짝사랑 상대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하며 아픈 친구를 위로한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씩씩하고 당찬 태권도 유단자이지만 자신의 감정에는 솔직하기 망설이는 수줍은 소녀의 모습도 함께 지닌 인물이다. 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보라비디오 가게 사장 딸이다. 보라의 마음을 핑크빛으로 물들인 장본인 풍운호(변우석)는 보라가 다니는 고등학교 동창생으로 어쩌다 들어가게 된 방송반의 동기이기도 하다. 백현진의 절친으로 늘 그의 곁에 있다 보라와 얽히게 되는 인물. 그러다 보라를 좋아하게 된다. 보라친구 연두가 첫눈에 반했던 백현진(박정우)은 보라가 하루종일 쫓아다니며 관찰 보고해야 하는 대상이다. 자꾸 눈에 띄는 보라를 이상하게 여기고 나중에는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보라의 단짝친구 김연두(노윤서)는 심장이 좋지않아 자주 아팠다. 그래서 보라가 늘 챙겨주었다. 심장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기 전 백현진에게 첫눈에 반하고 보라에게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자신에게 알려달라 부탁한다.
2. 이루어지지 못해 더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
보라와 연두는 어릴적부터 함께 시간을 보낸 둘도 없는 단짝 친구이다. 그중 연두는 심장병을 앓고 있고 치료를 위해 곧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연두. 두려워하는 것 같은 연두를 위로하는 보라지만 사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연두가 사랑에 빠진 것. 며칠 전 연두네 교복 가게에 찾아온 손님, 넘어진 연두를 친절하게 잡아주고 거기에 얼굴까지 잘생긴 청년 그의 이름은 백현진! 사랑 때문에 미국행까지 포기하려는 연두를 위해 보라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연두에게 메일로 보고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 말에 안심하며 연두는 무사히 미국에 치료를 받으러 가게 되고 그때부터 보라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백현진을 봤다던 버스를 타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는 보라의 눈앞에 나타난 진짜 백현진. 그날부터 보라는 현진의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니며 관찰하기 시작한다. 키, 취미, 인간관계까지 현진에 관한 거라면 무엇이든지 샅샅이 파헤치고 연두에게 보고한다. 하지만 연두는 현진에게 조금 더 다가가길 원하고 방법을 생각하던 끝에 같은 동아리 방송반에 들어가기로 한다. 최선을 다해 오디션을 보는 보라의 모습을 보고 이런 친구에게 양보하겠다며 현진은 오디션을 포기하고 그 덕분에 현진 대신 그의 절친 풍운호와 함께 방송반에 합격하게 된다. 현진의 삐삐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설문 조사로 가장해 그의 집에 전화를 걸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은 상대방이 보라인 것을 눈치챕니다. 당황하는 보라에게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 빌려주면 알려줄지 생각해 보겠다는 운호의 말을 믿고 비디오를 몰래 가져옵니다. 하지만 하필 그날 학교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 통에 선생님께 들켜 벌을 서게 되죠. 그날 저녁 운호는 현진과 함께 보라네 비디오 가게를 방문하고 회원가입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삐삐번호를 알려줍니다. 어렵게 알아낸 삐삐번호를 연두에게 바로 알린 보라. 그때부터 연두는 현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노래로 흘려보내며 사랑의 시그널을 날린다. 연두를 위해 한 행동인 줄 모르고 자신을 지키려 애쓰는 보라를 보며 고백을 하는 현진, 그 고백에 당황하는 보라, 그걸 지켜보는 운호. 다 같이 떠난 수학여행에서 운호와 보라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보라의 마음을 알게 된 현진은 둘을 도와주며 점점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마음이 무르익을 무렵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운호는 보라네 비디오가게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둘은 더욱 가까워진다. 예전 운호가 살던 집에 함께 갔던 그날 보라는 운호에게 주말에 영화 보러 가자고 데이트 신청을 하고 그런 보라에게 운호는 키스로 대답한다. 그렇게 서로의 감정선이 극에 달한 시점, 미국에 수술받으러 갔던 연두가 돌아오게 되는데..
3. 결말의 의도
이 영화는 방우리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결말의 방향을 놓고 시간이 흘러 첫사랑과 재회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추억으로 머무르게 둘 것인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첫사랑과 다시 만나볼 생각이 있냐는 질문을 던졌을 때 대부분은 현재의 모습으로 재회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고, 결국 지금의 결말을 만들었다는 후일담이다. 또 방감독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죽음과 비슷하다 생각해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아련함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밝혔다. 다만 첫사랑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첫 이별인 만큼 미성숙하기 때문에 영화에서만이라도 제대로 된 인사를 하게 해주고 싶어서 20세기의 운호와 21세기의 보라가 비디오를 통해 마주하게 되는 장면으로 재회를 연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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